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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활동에 여성주의 씨앗 심기,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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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활동에 여성주의 씨앗 심기,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

일시
2020년 7월 23,24,30일 10:30 - 15:30
장소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교육장

※ 사전 방역 및 소독, 발열체크 및 손소독, 생활 속 거리두기 등 생활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했습니다

※ 본 후기는 전희경 강사님의 강의록을 정리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7월 말,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활동가들을 초대해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지역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풀뿌리 활동에서 우리는 여성주의를 어떤 부분에서 감각하고 있고, 또 감각해야만 할까요? 지역에서 활동할 때 왜 우린 때로 불편한지, 혹은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들을 받게 되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에게 여성주의란 무엇인지, 그리고 가족과 돌봄, 공동체는 무엇인지 배우고 또 나눠봤던 시간을 전합니다.

 

 

첫 날은 서로에게 각자를 소개하고 우리에게 여성주의가 왜 필요한지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자기소개 시간에는 각자가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에 찾아오게 된 이유를 나누었어요. 젊은 세대인 자녀들을 이해하고 세대차를 줄이는 데에 풀뿌리 활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찾아왔다는 분, 강남지역에서의 여성주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분, 여성주의를 접하면서 관점이 바뀌었다는 분, 한부모들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찾아왔다는 분, 주민들을 평등하게 만나고 있는지 고민이 되어 찾아왔다는 분, 여성주의에 편견을 가진 분들을 미워하지 않고 그 분들에게 여성주의를 잘 설명해내고 싶어서 오셨다는 분, 딸들에게 여성주의를 잘 설명해주고 싶어서 오셨다는 분,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서 오셨다는 분, 이 활동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고민이셨다는 분 등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거나, 페미니스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여성주의를 과격하거나 편파적이거나 급진적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종종 “온건하게 설명해주면 안 돼?”라고 하거나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거 아닌가?”, “여성해방 보다는 인간해방(a.k.a. 휴머니즘)이 먼저 아닌가?”라고 묻곤 합니다.

 

하지만 여성주의를 새로운 인식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기존의 남성중심 세계관에서는 없던 질문을 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세계관을 흔드는 ‘없던 질문’이 ‘온건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요?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인식론입니다. ‘여성해방보다 인간해방’이라는 말은 여성의 문제를 뒷전에 놓아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여성도 인간인데, 굳이 ‘여성’보다 ‘인간’이 먼저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처럼 우리는 여성주의를 알게 되면서 많은 질문들을 받게 되고, 또 많은 질문들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를 향하는 질문들에 모두 답해야 하는 것일까요?

 

전희경 선생님께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정확히는, “남성중심 사회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기보다 새로운 질문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어요. 질문자의 관점이 반영된 질문 자체가 답을 어느 정도 결정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답하기 전에 그 질문 너머의 관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요. 남성중심사회가 정의한 ‘여성’, 어떤 것은 중요한 문제이고 어떤 것은 덜 중요한 문제라고 보는 ‘관점’, 그 관점을 ‘객관’이라고 부르는 ‘권력’. 이것들을 의심하고 재정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세계는 단일하지 않고, 언어는 중립적이지 않으며, 여성주의는 이것들을 끈질기게 해체하고 다시 해석하는 우리 모두의 도구이니까요.

둘째 날에는 가족과 돌봄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족과 돌봄. 가족을 생각하면 편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이 일어나기도 하고, 돌봄을 생각하면 ‘육아와 가족부양’이라는 단편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며 ‘지금 하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가족과 돌봄을 떼어놓고 삶을 말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공동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풀뿌리 활동가에게 가족과 돌봄이란 무엇이었을까요? 이번 교육에서 가족과 돌봄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정상가족 안의 삶, 내가 가진 특권을 돌아보게 된다.’

‘가족이 힘들지만 다시금 가족을 찾게 된다.’

‘비혼자와 기혼자의 서로 다른 경험에서 기인한 이해의 차이가 얄궂게 느껴진다.’

‘돌봄을 육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돌봄의 범주는 더 넓었고 가장 어렵게 느껴졌다.’

‘여성주의적 육아와 돌봄이란 무엇일까?’

우선 가족의 역사적 맥락부터 훑어보니, 그 동안 국가와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과 가족이 정의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족은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의 최소단위이며 여성은 그 과정에 무급노동으로 가족을 부양하되 남성생계부양자에게 의존하며 ‘집에서 노는’ 존재로 여겨져 왔어요. 아내/어머니/주부로서 존재하는 여성만이 정상적 여성이었습니다.

돌봄을 가족에게 책임지우는 우리 사회의 단면은 또 어떤가요? 우리는 앞서 언급한 국가주의적 ‘한국의 근대성’과 연결되는 개념으로 ‘도구적 가족주의’를 배웠습니다.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한 효율성 증대를 위해, 돌봄노동은 가족을 통해 그 안의 여성을 통해 해결되어 왔습니다. “한국의 복지는 가족을 통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현실은 괜찮은가요?

 

우리 사회가 돌봄노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돌봄의 과정에서 아픔과 슬픔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힘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살던 곳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겠다’라는 기조로 2019년에 발표된 커뮤니티케어 사업도 이러한 관점이 반영된 내용인 것 같아요. 가족 내에선 여성의 무급노동으로 사회에선 사회복지사의 저렴한 노동으로 대표되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은 열악하고, 이런 환경에서 돌봄을 받는 사람들은 학대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때론 안타까운 범죄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가족의 돌봄, 사회복지사의 아들딸 같은 돌봄이 정말 최선일까요? 돌봄은 효도나 미덕이 아니라 지식으로 행해지는 노동입니다. 우리는 돌봄에 있어, 서로를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마음으로 ‘탈가족화’를 상상해야 합니다.

 

‘독립적 의존’과 ‘의존적 독립’. 교육 내용을 복기하면서 이 글을 쓰는 저를 가장 오래 잡아두었던 표현입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독립적이면서도 의존적인 우리 모두를 위해 공적 영역에서 돌봄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는 쓸모와 기능에 따라 평가되는 존재가 아니라, 존엄과 관계 속에서 함께 나아가는 존재이며 언제든지 약해질 수 있는 인간이니까요. 교육 내용을 정리하고 나서 앞서 공유한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가족이 힘들지만 가족을 다시 찾게 되기도 하는 것, 서로의 경험 차이에서 오는 이해의 차이가 얄궂게 느껴지는 마음, 내 안에서 돌봄을 재정의하는 일, 여성주의적 육아와 돌봄에 대한 질문하는 것 등 우리가 가졌던 생각들과 마음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마지막으로, 셋째 날에는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말발표를 통해 각자의 속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공동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겐 ‘서로를 참고 기다려주는 조직체’입니다. 다른 서로를 이해하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만큼 우리는 서로 이질적인 존재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면적 존재입니다. 풀뿌리 활동의 무대인 ‘마을’이라는 공동체에서도 이 같은 점이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성애-핵가족-한국인-비장애-유자녀-주부’만이 마을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가족 중엔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있는 것이 아니듯, 공동체 안에서 함께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정체성을 감각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가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에서 새롭게 배운 내용과 앞으로 더 고민하고 공부해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았던 기말발표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여성주의와 돌봄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었고 이것들을 확장시켜 나가야겠다.”

“지역 내 양육자들에게 성평등 의식을 대세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여성주의 관점으로 다른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사명이 생겼다.”

“엄마의 노력으로 돌아가는 정상가족은 당연하지 않으며, 정상 가족 안에서 성장한 나의 특권을 깨닫게 되었다.”

“풀뿌리 활동가로서 타인을 살피고 때로는 변화를 이끌어내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만큼, 내 속도를 지키자고 다짐한다.”

“지금까지는 20대 여성으로서 내가 겪었던 문제를 마주하기 바빴지만, 앞으로는 더 넓은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겠다.”

“나의 세대와 앞으로 내가 마주해야 할 세대는 다르다. 이 세대들을 아우를 수 있는 방법론을 공부하고 싶다”
“내 안의 혼란과 부조화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사회적 돌봄 모델을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더욱 고민해야 겠다”

“권력과 권위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자신의 특권을 깨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성의 인권과 남성의 인권이 제로섬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시민으로서의 감수성을 길러야만 한다고 설득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여성이라는 경험은 나를 얽매고 사고와 언행의 범위를 축소시켰다. 여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말발표가 끝난 후 수료식 시간에는 성실히 교육받은 것을 축하받는 의미로 수료증을 수여받고, 서로를 충분히 축하하기 위해 매 수여마다 30초간 ‘쉬지 않고’ 박수도 쳤어요. 기말발표 과제를 성실히 제출해주시고 빠짐없이 출석도 해주신 분들께는 강사 추천 여성주의 도서와 로즈마리 화분(꽃말 : 나를 생각해요)을 선물로 드렸답니다.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를 통해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로서 성장했던 한편엔, 나에겐 어떤 특권이 있고 또 어떤 특권은 갖지 못 했는지, 나를 이루고 있는 조건들은 무엇이고 나는 어디로 나아가면 좋을지 감각해보는 기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권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다는 ‘교차성’ 개념을 기억하고, 100% 특권만 가진 사람도 100% 주변인이기만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새겨봅니다.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를 통해 만나뵙게 된 활동가 한 분 한 분이 나의 주변성을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힘’으로 전환하고 그 힘으로 ‘정상성의 변화’를 추구하며 동료들과 함께 나아가는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가 되시기를, 함께하신 모든 활동가 분들께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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