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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토대 위에서 성장하기, <여성학자와 함께 페미니즘 고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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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토대 위에서 성장하기, <여성학자와 함께 페미니즘 고전 읽기>

일시
장소

※ 사전 방역 및 소독, 발열체크 및 손소독, 생활 속 거리두기 등 생활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했습니다

※ 본 후기는 임국희, 김서화, 이호숙, 이진희 선생님의 강의록에서 발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성학자와 함께 페미니즘 고전 읽기>담당 매니저입니다.

<여성학자와 함께 페미니즘 고전 읽기>(이하, <고전 읽기>)는 일회성 특강으로 해소하기 힘든 여성운동 의제를 고전읽기를 통해 여성주의적 관점과 사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기획한 교육입니다. 올해 처음 개설한 강좌에 많은 분들이 <고전읽기>에 관심을 갖고 호응해주셔서 기뻤어요.

그만큼 신청서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일상/마을/타지역/해외/학교/단체/모임 등 고민하고 계신 각자의 자리도 연령과 삶의 경험도 모두 달랐어요. 운영 여건 상 모든 분들을 초대할 순 없었지만, 신청서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의 해석을 나눈다면 얼마나 풍성한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기대하게 되더라구요.

 

#랜독회_‘이 어려운 고전을 완독한다고?’, 함께 고전 읽기부터 시작

<고전 읽기>는 온라인으로 책을 같이 읽는 랜독회와 이론서를 해석하는 강의가 한 회차씩 퐁당퐁당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에 줌(zoom)에서 독서 모임이 생겼다기에 저희 센터도 서로의 책 읽기를 토닥여줄 겸 랜독회를 진행해보았답니다. 3시간 동안 줌 화면을 켜고 독서를 한다는 것이 엉덩이가 꽤 근질거리는 일이었지만 어느새 랜독회에 적응하며 어떤 것이 좋았고 인상 깊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어요. ‘이 어려운 고전은 혼자였으면 못 읽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각자가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 기억났던 나의 경험, 함께 읽는 것에 대한 소감을 나누며 왠지 모를 동료애가 생겨나는 기분인 것 같더라구요.

 

#1_<여성성의 신화>

1강은 임국희 선생님의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되었어요.

1963년에 출간된 <여성성의 신화>는 페미니즘 제2물결, 래디컬 페미니즘을 견인했던 책으로 ‘역사의 방아쇠를 당긴 책’이라고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1950년대 미국 여성들이 전후의 경제 호황 속에서 ‘행복한 교외주부’의 정체성 뒤에 숨겨진 우울이나 불만족스러운 삶에 혼란스러워할 때 그것을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로 명명하며 여성주의 논의를 출발시켰던 책이라고 해요.

베티 프리단이 처음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신과 함께 명문대를 졸업한 유능하고 똑똑한 여성 동문들 중 대다수가 우울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 한다는 설문결과 때문이었어요. 베티 프리단은 이 설문결과를 5년 동안 다각도로 검토하며 분석한 후 당시 미국에서 많은 여성들이 문제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그 문제에 이름이 없다는 것을 알아냈고, 여성들이 스스로를 가정 속의 어머니/아내/주부로만 가두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익숙해지지 않고 스스로의 권리와 가능성에 눈 뜰 수 있도록 도왔어요.

<여성성의 신화> 속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표현인 만큼, 수강생 분들도 기억에 남는다 하시더라구요. 이름 붙이는 것의 힘을 알 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아요.

 

#2_<성의 변증법>

2강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김서화 선생님은 파이어스톤의 가족사와 그가 공부했던 당시 시카고의 상황, 미국 내 사회운동의 흐름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셨어요.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후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 부모와 자유로운 미국에서 자란 파이어스톤 사이의 갈등, 파이어스톤이 대학을 다녔던 시카고의 역동적인 사회 분위기. <성의 변증법>에 담긴 파이어스톤의 혁명적인 생각엔 이런 배경이 있을 것이라 하셨어요.

파이어스톤이 눈 뜨게 된 사건이 아주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회의를 하는데 여성들에겐 의도적으로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파이어스톤이 연단에 무작정 올라가자, 어떤 남성이 비켜요. 꼬마 아가씨. 지금 여성해방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많아요.”라고 이야기했다고 한 거예요. 그날 조 프리먼이라는 여성운동가를 주축으로 여성들이 모두 모였고, 2년 뒤 파이어스톤은 <성의 변증법>을 1970년에 출간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 기계 생식을 말했던 엄청나게 혁명적인 책이 2년 만에 쓰여진 거예요.

저는 4권 중에 <성의 변증법>이 가장 눈이 뜨이는 느낌이었는데, 저와 같은 분들이 계셨던 것 같아요. 생식과 성 계급의 관계, 그것을 전복하려 했던 파이어스톤의 시도가 절절하게 느껴졌어요. 파이어스톤의 가정사와 성장서사에 시간을 들여 촘촘히 설명해주신 김서화 선생님 덕분에, <성의 변증법>에 대한 이해가 쉬웠다고 하셨던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3_<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3강에서는 이호숙 선생님께서 수잔 브라운밀러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를 이야기해주셨어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는 강간의 역사를 정리한 책인데, 쓰여질 당시엔 ‘강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해요. 여성혐오자들이 흔히 피해자 탓을 할 때 “여자도 좋아서 한 거잖아. 여자가 유혹한 거잖아”라고 말하는 것이 당시의 사회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사실 저자인 수잔 브라운밀러도 강한 여성, 일하는 여성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강간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생각했다고 해요.

그러다 1970년대에 성폭력 말하기 대회에 가서 여성들의 경험을 듣고 어떤 ‘계시’를 경험하면서 도서관에서 고대부터 자료를 찾아보며 강간의 정의와 역사, 강간신화에 대해, 주체로서 맞서 싸우는 여성에 대해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고 해요. 강의를 들으면서 수잔 브라운밀러가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를 썼던 1970년대와 2021년이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했답니다.

이호숙 선생님께서 강의를 진행하시며 국내의 현 이슈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눠주셔서 좋았다는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강간이 남성의 시각에서 어떻게 정의되었는지 궁금했는데 해소되었다는 분도 계셨고 강간의 정의와 그것을 둘러싼 논의들을 쭉 이해하게 되어 좋았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4_<다른 목소리로>

4강에서는 캐롤 길리건의 <다른 목소리로>에 대해 배웠어요. 이진희 선생님은 캐롤 길리건이 ‘탑골 페미언니’들 중에 유일하게 살아계신 분들이라고 소개하시면서, ‘목소리가 가진 힘’을 아는 여성학자였다고 말씀하셨어요. 길리건은 어릴 때 부모님과 따로 자야 하는 게 싫어서 울었던 적이 있대요. 엄마가 길리건을 달래주며 같이 자게 됐을 때 목소리의 힘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후에 길리건은 자라서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교육학에서 유명한 콜버그의 하인리히 실험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 실험에 참여하면서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되었단 걸 알게 되었다고 해요. 이후 길리건은 배제된 여성의 목소리를 어떻게 드러낼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가 제시했던 도덕발달 이론을 통해 심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학자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여성의 목소리와 돌봄이 주요한 키워드였던 강의여서 그랬는지, 관련한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세계는 보살피고 보호하는 곳’, ‘돌봄 윤리’, ‘존재하지만 가라앉은(보이지 않는) 여성의 목소리’, ‘목소리를 넘어 공명으로 같은 표현들을 말씀하셨어요. 차이는 공동체를 지속시킬 수 있는 각자의 역량이며 힘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고 해주신 분도 계셨고요.

#마지막_자신에게 주는 상, 그리고 교육참여의 의미성 찾기

마지막 5강에선 종합토론과 발표가 진행되었어요. 수강생 분들이 제출해주신 다섯 장 분량의 에세이(!!!)를 모두 읽고 4분의 선생님들께서 종합토론을 준비해주셨고, 각 책마다 한 분씩 나오셔서 에세이를 발표해주셨어요. <여성성의 신화>는 노O영 선생님께서, <성의 변증법>은 오O연 선생님께서,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는 양O전 선생님께서, <다른 목소리로>는 이O영 선생님께서 발표해주셨습니다.

나에게 주고 싶은 상장 내용을 공유하고 수료식을 진행하면서, 9주간 진행했던 <고전 읽기> 교육이 책을 읽는 것이 어려우면서 해방이기도 했던 시간, 현장에서의 고민을 이어서 할 수 있었던 시간, 내 일상에서의 고민을 이해받을 수 있었던 시간 등 각자에게 다양한 의미를 가졌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쌓였던 동료애, 꽤 빡빡한 과정을 잘 지나왔다는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과 대견함 같은 것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다들 눈물이 맺히기도 했고요. 이 교육을 담당했던 담당자로서, 함께 기획하고 진행해주신 이제IGE의 강사 선생님들께 끝까지 참여해주신 수강생 여러분께 마음을 다해 감사했고 또 여러분이 많이 소중했다고 말씀드려요.

우리가 서로에게 기댈 곳이 될 수 있길. 적당히 공부하고 서로 오래오래 보아요 -!

‘이ㅇ영은 성실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수업에 참여하였으므로 개근상을 드립니다.’

‘양ㅇ전은 책을 다 읽고 의미있게 참여하였으므로  참여상을 드립니다.’

‘채ㅇ옥은 참가 전·후 인식의 차이를 체험하고 지속할 가능성이 엿보이기에 새로운 출발선상을 드립니다.’

‘나다운의 오ㅇ연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 일을 최우선으로 고민하면서도 독서 ·강의 참여의지와 죄책감을 지녔기에 그래도 수고했어상을 드립니다.’

‘노ㅇ영은 논문을 쓰면서도 활동 및 세미나에 잘 참여하였기에 멋쟁이 척척석사상을 드립니다.’

‘홍ㅇ희는 지각은 했을지언정 비오는 날에도 올출석하였기에 올출석상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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