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의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홈 소식 프로그램친구, 가족, 동료, 파트너와 함께 <반나절 페미니즘>
- 일시
- 2019.8.10(토) 11:00 - 17:00
- 장소
-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공용회의실
# 친구, 가족, 동료, 파트너와 함께 <반나절 페미니즘>
너무나 무더웠던 8월의 어느 날,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는 특별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페미니즘 입문자를 위한 이론 강좌 <반나절 페미니즘>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 강의를 듣기 위해 혼자 혹은 친구, 가족, 파트너와 함께 더위를 뚫고 센터를 찾아주신 분들로 열기는 한층 더 강력해졌답니다.
<반나절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에 대해 이해는 있으나 언어화할 수 없었던 본 강의 담당자(별칭 ‘쿠키’)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되어 기획되었습니다. 몇 달 전 엄혜진 교수님의 강의를 듣던 담당자 ‘쿠키’는 머리에서 폭죽이 터지는 기분이었다고 해요.
“이건 진짜 제 친구랑 가족과 다시 한 번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설명하고 싶었으나 지식과 언어가 부족했는데, 이 강의만 같이 들으면 다 해결될 것 같아요”
그렇게 친구, 가족, 동료, 파트너와 함께 수강하는 컨셉으로 강의가 기획, 홍보되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폭발적 반응의 이유를 생각해보았어요.
‘아하! ‘쿠키’와 같은 생각과 욕구를 가진 분들이 많았구나!’
강의장을 가득 채워주신 분들의 얼굴에는 곧 펼쳐질 6시간의 대장정에 대한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해 보였어요. 새로운 정보, 지식 습득에 대한 설렘과 단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팽팽한 긴장의 공기는 강의가 진행된 6시간 내내 강의장에 가득했어요.
한 순간도 한 눈 팔 수 없었던 그 날, 반나절의 분위기와 강의를 간략하게 전달해드리려고 합니다.
# 페미니즘 이론은 하늘이나 땅에서 떨어진 게 아니에요.
“다른 이론가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젠더’라고 하는 범주, 개념, 이론적 도구를 통해서 근대 민주주의 기획의 문제점, 미완성으로 끝난 기획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재구성하면서 실현하려고 하는 운동이자 사상을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 이론의 이해를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위계적 인간학’을 기초로 한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시작으로, 인간에게 평등과 자유를 기여한 데카르트의 ‘평등의 인간학’을 거쳐 마르크스의 계급이론, 프로이트의 무의식이론, 라캉의 욕망이론 등을 살펴보았어요.
이 철학자들의 이론을 짚어주시면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왜 이 철학자들의 이론을 이렇게 길게 설명했을까요? 어떻게 보면 이분들의 이론 안에 페미니즘의 의제를 생산해 낼 잠재성이 다 있어요. 정직하게 말하면, 페미니즘 이론은 하늘이나 땅에서 떨어진 게 아니에요.”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의 계급 갈등에 대해 고찰했으나 여성의 배제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보지 않았어요.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세계, 욕망의 세계를 철저히 남성을 주체로 둔 세계로만 파악했습니다. 이처럼 다른 이론가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젠더’에 대한 깊은 고민을 시작으로 페미니즘 이론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 타자화와 성적대상화
프랑스 혁명 이후, 계몽주의자들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식민지의 원주민들을 타자화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해요. 그들을 생각할 수 없는 존재, 동물의 충동과 본능에 충실한 존재로 타자화하면서 당시의 백인 남성들 스스로는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갔다는 것이죠.
흔히 여성들에게 “여자애들은 왜 이렇게 감정적이야?”, “왜 감정 과잉이야? 히스테리야?”라고 하는 말들이 성적대상화의 대표적 예라고 말씀하셨어요. 히스테리의 어원이 자궁인데, ‘여성이 자궁을 가지고 있는 존재고 감정적인 이유다’라는 것이 성적대상화라는 것이죠.
“성적대상화란 인간을 성적 존재성으로 환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을 합니다. 자궁이 있는 것은 여성 존재의 일부의 특성인데, 이것을 가지고 여성의 존재성을 환원하는 거예요.”
바로 이 두 가지 ‘타자화’와 ‘성적대상화’의 매커니즘을 통해 여성과 흑인을 효과적으로 평등한 시민권자로부터 축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비참하고 비극적인 ‘민주주의’와 ‘시민권’ 구성의 방식이 현시대에는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 섹스는 젠더의 효과이다.
“남성과 여성의 유전적 동질성이 97%예요. 그런데 이런 공통점을 강조하기보다는 이런 생물학적 차이를 강조해서 현재 남성과 여성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과 행동을 정당화 한다는 거예요. 남성과 여성의 성적 차이를 과장하여 역할을 부여하는 섹스의 개념에 대한 대안으로 젠더 개념을 창출한 것이죠.”
토마스 라커라는 ‘섹스의 역사’라는 책에 따르면, 17세기 근대화 이전의 사회에서는 잠성과 여성의 성기상 차이에 대해 동질성을 강조했다고 해요. 중세 때만 해도 섹스를 1개로 바라보는 1섹스 모델이 절대적이었는데 근대에 들어서는 순간 국가 기획과 권력에 의해 성기의 동질성보다는 차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섹스의 지식이 발달했다는 거죠. 일터와 가정을 분리하면서 일터에는 남성, 가정에는 여성이라는 이른바 사회적 역할을 구성하였는데 이 기획이 섹스에 대한 지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거예요. 결국 젠더는 오히려 섹스에 선행한다는 것!
다른 예로 우리나라 교육부에서 만든 성교육 표준안을 보여주셨는데요,
『초등 저학년 14차시_ (생식기 관리) “남성은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말고 여성은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 라는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생식기 관리라는 타이틀을 걸고 자명한 사실인 것처럼 얘기해요. 이것은 남성들에게는 성적으로 주체적이고 적극적일 것을 독려하며, 여성에게는 반대로 수동적이고 소극적일 것을 독려하는 우리 사회의 기획, 젠더 기획인 것이죠. 젠더의 기획이 ‘생식기 관리’라는 자명해 보이는 섹스에 관한 지식에도 영향을 저렇게 미친다는 겁니다.”
위의 내용이 2016년 교육부 성교육표준안이라는 사실과, 섹스라는 자명해 보였던 지식조차도 시대의 젠더 기획과 권력에 따라 변화해 왔다는 사실 모두 정말 놀라웠습니다.
# 마치며
6시간의 강의가 끝나고, 열정적으로 강의를 진행해주신 엄혜진 교수님을 향해 힘찬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강의 내내 엄혜진 교수님께서는 강의장의 모든 사람을 강의의 내용 속으로 흡입하여 끌어들이셨는데요, 정말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강의가 끝나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도 여럿 계셨을 만큼요!
힘찬 박수를 보내주시던 분들의 후련해 보이던 미소를, 담당자 쿠키의 시선에서 해석하자면 이럴 겁니다.
“함께 들은 파트너와 페미니즘에 대해 더욱 풍부한 논의가 가능하겠군!”, “내일 만나는 친구에게 성적 대상화가 뭔지 야무지게 설명해주겠어!”
이번 <반나절 페미니즘>에 함께하지 못한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반나절의 강의 끝에, 후련한 미소와 함께 페미니즘 언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는 조만간, 곧 다시 생길테니까요!
토요일 반나절동안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배운 것을 적용하고 실천하는 좋은 나날 보내시길 바라며, 다시 좋은 기회로 만나뵙길 고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사와 여러 학자들의 이론, 관점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해 놓치고 있던, 또 모르고 있던 관념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고민이 깊었으나 이번 교육을 통해 잘 시작할 수 있었다.”
“신체성 차이, 성적대상화, 젠더, 섹스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강좌가 또 열리면 가까운 지인들에게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페미니즘을 비롯한 차별들의 기원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닌 사회구조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 이러한 과정을 처음부터 설명해주셔서 제 주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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