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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교육전문가 전문훈련프로그램 하이라이트 워크숍> 참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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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교육전문가 전문훈련프로그램 하이라이트 워크숍> 참여 후기

일시
2019.7.23. - .7.26.
장소
서울혁신파크 공유동 2층 다목적홀

성평등교육전문가 전문훈련프로그램 하이라이트 워크숍은 UN Women Training Centre와 유럽의 대표적인 젠더교육기관 KIT(네덜란드왕립열대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젠더트레이닝의 다양한 도구와 참여식 수업방법의 사례를 공유하고, 국내 도입을 위한 발전과제를 함께 기획하는 과정입니다.

지난 7월 23일(화)부터 26일(금)까지 4일간 52명의 성평등교육전문가들이 모여 열정적으로 토의하고 발표하며 워크숍을 함께 만들어나갔습니다.

8회 워크숍 모두 참여형 교육이었던 만큼, 교육 후기도 교육참여자의 참여로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눈과 귀’*로, ‘에너자이저’**로 열심히 참여해주셨던 황은정 선생님의 교육 후기를 전합니다.

*오늘의 눈과 귀 : 교육에 참여하며 그날의 좋았던 점, 개선할 점 등 교육 참여자들의 의견을 살피고 모으는 전달자
**에너자이저 : 점심식사 후 15분 동안 몸과 마음을 북돋아 주는 이끔이

                                                                                              

<성평등교육전문가 전문훈련프로그램 하이라이트 워크숍참여 후기

4일간 포기하지 않고 내 안의 가부장성이라는 벽돌 깨기에 여념이 없었던

슈퍼마리오 은정을 회상하며

이화리더십개발원 연구위원 황은정

무채색 일상 속에 어느 순간 스파크가 팍 켜지듯 유채색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는데나에겐 이 워크숍 신청 공지를 우연히 발견한 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평소에는 잘 들어가지도 않던 남의 얼굴책(facebook)을 우연히 클릭했다가 눈에 띈 성평등교육전문가 전문훈련프로그램 하이라이트 워크숍 포스터제목도 참 길었지만깨알같이 적혀있는 부제인 UN 여성훈련센터와 네덜란드왕립열대연구소 KIT, 젠더트레이닝그리고 참여식 수업방법의 사례 공유라는 키워드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어 뭐에 홀린 듯이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작성했다그리고 드디어 5월 10일 교육생으로 선발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9년째 강의와 성평등 정책 컨설팅을 해오면서 여러 이름의 교육을 받아왔지만이렇게 설레는 교육은 참 오랜만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내가 가지고 있던 밑천을 강의를 통해 계속해서 소진하고 있었던 찰나에 한국에서 무료로’ UN의 성평등전전문강사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더불어 강사로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던 젠더와 참여식 수업 ‘KIT’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솔깃한 제안이었기 때문이다(아무도 KIT를 준다고는 안했다저건 그저 나만의 착각이었을 뿐). 거기에 나와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선배동료강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덤이었고그러나 이런 나의 기대는 교육 둘째 날 와장창 무너졌다덕분에 나는 교육 수료식날 평가지에 스스로 ‘KIT만 기대했던 알량한 저 자신을 깊이 반성합니다라는 셀프 고해성사를 해야만 했다. 치트키 따위는 없는 이런 몹시 성실한 교육 같으니! 


오리엔테이션

교육 첫날 오리엔테이션과 황금명륜 선생님의 눈물겨운 한국 최초 UN 교육참가 후기를 듣고 2강인 특권걷기에 개념과 실습에 참여하기까지는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특히 특권걷기라는 실습을 통해 내가 약 40년간 누리고 있던, 혹은 누리지 못하고 있던 특권과 권력에 대한 교차성을 발견하는 것은 나를 둘러싼 사회를 입체적으로 다시 재조명하는 기분이었다그리고 이것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교육대상자에 맞게페미니스트 페다고지에 맞게 재설계할 것인가가 남은 기간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있었다.


특권 걷기(Privilege Walking)

둘째 날 아침우리는 젠더교육과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에 대한 4가지 원리를 배우고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과 방법에 대해 열렬하게 토론했다.


열렬한 토론

그리고 오후에 드디어 맞닥뜨리게 된 저항 다루기는 9년간 쌓아온 강사라는 나의 견고한 성을 무너뜨렸다아니 너무나 무력하게 무너져버려서 허무하기까지 했달까?

지구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되지 않은페미니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지만나는 저항다루기 실습에서 누구의 저항도 막아내지 못했다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에 당황하고소위 멘붕이 오고좌절했다나도 몰랐던 내 안의 가부장성과 마음속 깊이 숨겨놨던 저항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한 순간내가 알고 있던 세상에 대한 균열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알아버렸다내가 그동안 강의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온 또 다른 가부장적 폭력에 대해… 이날은 멀쩡한 정신으로 잠이 들 수 없어 한잔 술의 힘을 빌어 잠을 청했던 것 같다.

다음날 아침워크숍은 아직 이틀이나 남아있었지만 어제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내가 이걸 과연 감당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가며 교육장소로 향했다그리고 진행된 어제의 나눔들을 통해 내가 직면하게 된 두려움들이 비단 나만의 고민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작게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다그 순간부터는 노트에 메모하는 것도 포기해버렸다메모 몇 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기서 느낀 것들을 내 마음속에 새기는 것이었기 때문에그렇게 마지막 날 우리 팀의 강의 시연까지는 사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그저 마지막 날 수료증을 나눠주는 시간이 되어서야 아 정말 끝이 났구나 하는 실감이 났을 뿐


수료식 현장

강사라면 수없이 서는 자리가 강단이고여러 번 해봤던 강의시연임에도 이 워크숍은 나에게우리에게 정말 특별한 시간이었다지금 나 자신이 어디에 발을 딛고 서있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하게 하는 위치성그리고 다양한 개인들이 살아온 삶의 경험들이 들려주는 참여 학습그로인해 직면하게 되는 저항들을 다뤄가며 이루어지는 인식변화까지… 이제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강의식/주입식 교육에 어느새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이 워크숍은 절대 친절하지 않았다고민할 화두는 무수히 던져주었지만,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철저히 우리들의 몫이었다역할극토론실습이야기발표, gallery work이 물리도록 이어지는 4일 동안 비어있던 기둥과 벽은 어느덧 우리들이 작성한 내용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갔다.

워크숍이 끝난 지 약 한 달여간의 시간이 다되어가지만 나는 아직도 그 워크숍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내 안의 가부장성과 두려움과 가능성들을 새롭게 발견하고마주하고무너지기도 했던 순간들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아마 이번 워크숍이 아니었더라면 결코 직면하지 못했을 그런 시간많이 아팠고 아직도 그 상처가 쿡쿡 쑤시지만나에게는 꼭 필요한 젠더성장판이 열리는 그런 시간이었기에그런데 함정은 이게 UN 성평등교육전문가 전문훈련프로그램의 1단계(모듈 1)에 불과하다는 것내가 이 워크숍에서 배운 것들을 가지고 나의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해나갈 것인가라는 2차 숙제가 남아있으니 이제부터가 정말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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