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의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홈 소식 프로그램풀뿌리 여성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
- 일시
- 2019.4.23. - 6.11
- 장소
-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숨1
차세대 성평등 활동가 양성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
풀뿌리 여성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가 진행되었습니다. 1년차 이상 5년차 미만의 풀뿌리 여성활동가를 대상으로 총 8강 과정이었는데요. 그럼 이번 교육이 어떤 이유로 기획되었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아볼까요?
지난 2월, 마을에서 여성주의 관점으로 활동하는 풀뿌리 여성활동가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곰곰 고민했습니다. 고년차 풀뿌리 여성활동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스스로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로 정의할 수 있는 과정’, ‘조직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를 구성하면서 지난 사업(2018 서울시 성평등 활동 주체 발굴을 위한 조사, 우리동네 젠더스쿨)에서 풀뿌리 여성활동가들과 만났던 기록들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풀뿌리 여성 활동가들이 스스로 여성주의 조직활동가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과정을 구성했습니다.
풀뿌리 여성활동가들이 활동하면서 부딪히는 일상의 문제, 삶과 맞닿아 있는 주제인 돌봄(노동), 가족, 공동체를 키워드로 구성한 이론 강의(1~4강)
1~4강을 통해 공부한 이론들을 자기 활동 현장의 고민과 연결시키는 ‘조직론 워크숍'(5강)
활동하면서 자기를 돌보는 법, 지역의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을 이야기하는 특강(6강)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의 계보를 잇고 서로 이어지는 집담회(7강)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수료식(8강)으로요!
전희경 강사(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공동대표)의 이론 강의가 1~4강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풀뿌리 여성활동가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여성’, ‘가족’, ‘돌봄(노동)’, ‘공동체’를 주제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1~4강을 통해 기존에 정상이라고 여겨진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공유되어 온 정상성의 문법을 해체하는 것을 강조하셨는데요. 지금까지 ‘여성’, ‘가족’, ‘돌봄(노동)’, ‘공동체’는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지, 구성된 과정과 배경을 짚어가며 지금까지의 정의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질문하고 해체할 수 있는 관점을 날카롭게 벼리는 시간이었습니다.
5강은 장이정수 강사(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의 강의와 워크숍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4강을 듣고 제출한 과제를 통해 “가족, 돌봄, 공동체”에 대한 생각, 과제에 대한 소감, 해결 방법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족을 챙기기 어려운 상황, 가족을 내 활동과는 다른 영역에 두기 위한 노력, 공동체 안에서 돌봄 역할 분리, 공동체 안에서 감수성이 달라 발생하는 문제들, 누군가를 돌보며 활동을 하는데 막상 ‘나를 돌보는 시간’이 없는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또 [조직의 상황]에 따라 조직별로,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여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초기(소모임…)”
조직에는 주로 ‘잘 놀기, 재미,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기, 함께하고 마음을 모을 사람들’이 나왔어요. “중간(3~4년)” 조직은 ‘작고 큰 성과를 서로 인정하고 응원하고 협력하기, 활동가의 연차를 고려한 교육, 회의(모임)을 정례화, 함께 여행하기, 항상 구성원들의 고민 나누기를 염두해두기’ 등 서로의 Tip을 나누었습니다. “큰(거의 10년)” 조직은 ‘조직의 목표나 큰 그림, 방향을 정기적으로 논의하기, 세대 교체와 거리두기(객관화), 무엇을 이어오고 무엇을 놓쳤는지 고민하거나 고민을 넘겨받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료, 의리(동료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자기돌봄”에 필요한 것들도 함께 나누었는데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갖는 것(취미 혹은 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일, 편한 일하기)과 공부 그만하기,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절대! 무리하지 말자 등 “자기돌봄”에 필요한 자신만의 방법들을 나누었습니다. ‘조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기존의 조직화 방식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고, 다양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자연스럽게 하면서 함께 가는 방식을 고민 중에 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앞으로의 조직이 가치에 따라서 연대하고 흩어지는 자유로운 개인을 존중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방향성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6강에서는 서울 약수동에 ‘어쩌면사무소’를 만들고 활동해온 장상미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기획을 위한 기획을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필요한 것을 했다.”는 것이었어요. 또 “내 욕구를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여 미래에 짐을 지우지 않는다.” 등 ‘어쩌면프로젝트’를 어떻게 했는지 나눠주셨어요.
‘문화기획달’의 달리님은 지리산 산내면에서의 활동 이야기를 나눠주셨어요. 예술과 여성주의를 결합해 그림, 연극, 전시, 자수, 댄스, 자기방어훈련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해온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시골 작은 마을에서 동네 사람들의 백래시 속에서도 꿋꿋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마음 맞고 코드가 맞는 동료’가 있어서이기도, ‘내가 살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는 말이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7강 ‘풀뿌리여성운동 계보를 잇다’에는 박내현님(동대문여성주의 모임)의 진행으로 김연순님(현 사회 복지공동모금회 총장, 전 행복중심연합회회장), 박신연숙님(풀뿌리여성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 채은순님(신나는여성자갈자갈 운영위원)을 모시고 각 세대의 활동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앞선 선배들의 활동 이야기와 어려움에서 다르고도 비슷한 점을 발견하고, 지금 함께 활동하고 있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곁을 내어주며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세한 후기는 https://bit.ly/2Rmfn6h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수료식과 소감 나눔으로 8주간 함께한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모든 교육참여자가 무대(?)로 나가 소감을 나눈 후, 끊임없는 20초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수강생들이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을 스스로의 언어로 정리하고, 이를 활동의 현장에서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 시간을 준비했어요. 또한 20초 박수갈채를 보내고 받으며 서로를 향한 지지와 격려를 듬뿍 가져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돌봄’. 그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서, 우리가 조직을 하는 것은 사실 우리가 조직을 하는 것 같지만, 조직을 당하는 것이잖아요. 내가 사랑을 내가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사랑을 엄청 받고 있는 건데 그런 부분들을 생각을 하면서, 내가 조금 더 사랑을 줄 수 있으려면 내 안에 여유를 가지고 내가 자기돌봄이 잘 돼서 내가 건강한 상태로 늘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여러모로 감사하고 배움이 많은 시간이었고요.”
“제가 여기에서 힘을 얻어가고 싶었고 힘을 얻었거든요.”
“그래도 내 자신이 건강하고 평온해야 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그 사람 옆에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7주간 받았던 용기와 위로를 지역의 또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활동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배운 것 중에서 저희가 이제 같이 하고 싶은 거는 ‘저희가 끊임없이 조직에서 어떻게 이것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조직의 문화로 만들 수 있을까?’이런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연결되고 있음··· 지역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현장에서 뛰고 있는 활동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도 그 중에 하나구나.’ 사상적 소속감이 생기더라고요. ···수업만 열심히 듣고 왔는데, 제가 힘있어졌어요.”
8주간의 치열한 공부를 통해 스스로 풀뿌리 여성활동가로서 정체성을 다지며 각자 현장에서 해보고 싶은 것, 함께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활동을 하며 막연하게 답답하기만 했던 것에 구체적인 실마리를 발견하고 힘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같이 배우며 나누었던 고민들, 받았던 영감과 힘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즐겁고 재미있게, 자율적으로 활동할 풀뿌리 여성활동가들의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즐거움이 짐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