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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여성운동 계보를 잇다”_옆으로 옆으로 이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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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여성운동 계보를 잇다”_옆으로 옆으로 이어지는 것

일시
2019.6.4(화) 14:00
장소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솜

뗄래야 뗄수 없는내 존재의 기반이자진행형

그것은 풀뿌리 여성주의 운동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이하, ‘성평등터’)는 성평등 활동가들의 세대를 잇는 토크, 교류의 행사로 <계보를 잇다> 시리즈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작년 5월 지은희(전 여성부 장관) 선생님의 강연(한국여성운동사 : 개인의 생애사를 중심으로)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90년대 페미니스트 동창회’를 열었는데요. 올해는 풀뿌리 여성운동을 주제로 ‘계보를 잇다’ 3탄을 준비하였습니다.

지난 6월 4일(화) 2시, 풀뿌리 활동 연차를 기준으로 세대별 연사 세 분을 성평등터 솜에 모셨습니다.

(참고로,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이신 연사 세 분과 사회자를 이하 ‘활동가’로 명기하겠습니다~)

1세대 김연순 활동가 님(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2세대 박신연숙 활동가 님(풀뿌리여성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 3세대 채은순 활동가 님(신나는여성 자갈자갈 운영위원)을 세대별 연사로 모셨구요. 이번 행사의 진행은 박내현 활동가 님(동대문다움)이 맡아주셨습니다.

[사진: ‘풀뿌리여성운동 계보를 잇다’ 오프닝(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사진: 박내현(동대문다움 활동가)]

[사진(좌측부터): 박내현, 채은순, 박신연숙, 김연순]

먼저 세 연사님께 자기소개와 더불어 세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첫째, 내 삶에서 여성주의(운동)를 만나고 시작하게 된 계기는?
둘째, 나에게 ‘여성주의(활동)’의 미션이 있다면…? (삶/활동에서) 어떻게 여성주의를 실천하는가?
셋째,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을 하며 정말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어떻게 통과하였나?

[사진: 김연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자기의 필요를 찾아서 하다보니 뭔가 이뤄진다는 느낌으로
스스로를 1세대로 구분하는 것에 의구심을 품으셨다는 김연순 활동가 님은요.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고, 한국여성민우회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며 첫 지부(노원도봉)를 만들고, 이어 현재 행복중심생협연합회(구 여성민우회생협)로 활동을 확장하고, 다시 지역활동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긴 여정을 들려주셨습니다. 단순하게 이력으로 설명되지 않은 녹록치 않은 시간들이 이야기 속에 켜켜이 담겨 있었는데요.
덕분에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해서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결혼해도 나는 나여야 하는데 어느새 남편이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만 기다리는  뭐지?”

“‘나는 임신과 출산으로 관계가  끊기고 집에서 있는데… 함께 활동했던 친구들은 계속 활동하고 있고…’”

신문의 단신을 통해 ‘민우여성학교’ 개최 소식을 알고아기를 업고 기저귀와 우유가방을 양쪽에 메고 상계동에서 충정로까지 지하철 환승과 15 이상을 걸어서 왕복 3시간 거리를 다녔다이걸 놓치면  목숨이 끊길  같아서 계속 나갔다…”

누군가의 삶에 여성주의는 ‘숨통’이라는 것, 현재의 많은 풀뿌리 활동가들의 고민과 여전히 맞닿아 있는 말씀이지 않나 싶습니다. 김연순 활동가 님은 대학 3학년 때 여성학 수업을 수강하면서 여성주의를 만났고, 그 수업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눈 앞의 어슴푸레했던 안개가 걷히는 새로운 기분’을 느끼며 이후 이이효재 선생님의 책 등 여성주의 관련 도서를 찾아 읽고 친구들과 토론했고, 지금도 여전히 20대, 30대와 함께 책모임을 하며 생태여성주의 공부를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상의 관계들이 삶의 원동력이자 롤모델, 그리고 이들의 존재가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김연순 활동가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 정말 조직가이시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역활동을 펼칠 때, 사전에 지역조사를 하며 무엇이 필요한 지, 동네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매개는 무엇인지, 이 활동의 목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행하셨던 이야기 속에 훌륭한 사업기획서가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교육을 매개로 동네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확인하고 알아내는 것이 ‘지역여성주의’라고 생각하고 ‘민우여성학교’를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당시 전봇대에 전단을 붙이는 작업이 일종의 ‘홍보전략’이었는데 전봇대만 보면 그렇게 반가우셨다고요… 사람들이 강의 끝나고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운영위원들이 강좌 당 1명씩 들어가 사람들과 친해지고, 종강 즈음 소모임을 만들고, 교육/환경/지방자치 교육을 통해 관련 소모임을 계속 만들어 이어나가게 했던 이야기, 지방의회에 여성의원이 없어 2년 동안 준비하여 2명의 여성의원을 내어 당선시킨 일… 그 시절의 이야기였지만 지금의 풀뿌리 조직활동가들의 활동, 역할과 다르지 않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치열함과 실행력은 가히 따라 배울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어요.

활동의 다양한 정체성  ‘여성주의 중요한 정체성  하나고, 지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지역운동이 중요하고  삶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 김연순 –

 

[사진: 박신연숙(풀뿌리여성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 )]

활동가인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20년 이상 풀뿌리여성주의 활동으로 현재 가장 활발하게 서울시 25개 자치구 곳곳의 다양한 관계들을 잇고 조직해오고 계신 박신연숙 활동가 님.
본인을 ‘농사짓고 식물 가꾸는 보리’로 소개해주셨는데요. 인생의 절반은 ‘가구 수가 50개인데 모두가 박씨인’ 보수적인 동네에서 자랐고, 나머지 절반은 서울에서 성장하셨다고 합니다. 청소년기를 ‘회색, 검은색’으로 표현하시며, 스무살 학교 앞 책방에서 우연히 읽게 된 여성주의 책을 통해 ‘나의 깜깜한 세상의 빛이 여기 있었구나!’를 발견하셨다고요.
20대에 만난 여성주의에 매료되어 ‘여성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27살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한국사회 가족문제, 성폭력 문제를 법제화하고 이슈파이팅 하는 다양한 일을 하셨다고 해요. 어떻게 그렇게 큰 조직생활을 하다, 풀뿌리 영역으로 이동하시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해졌는데요~ 15년 가까이 여성인권 운동을 하면서 ‘아래로부터의 변화’에 목마름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단체를 찾아와 상담하거나 쉼터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잠시 동안 안전할지 모르나, 이 여성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을 떠올리면 무척 갑갑하셨다고 합니다.
생활 속에, 삶의 현장에 스며들어가 권력을 가지지 못한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 보다 시민의식을 가진 주체’로 성장시키는 운동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셨던 고민은요. 그렇다면… 활동가인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였다고 해요.  
도시(여성)의 삶에서 ‘이주’와 ‘이동’은 피할 수 없는 것, 잠시 단체활동을 쉬면서 이사한 동작구 상도동에서 일상 운동, 바로 풀뿌리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아현동으로 이사하여 주민들과 만나고 계시는데요. 지역의 백래쉬, 혐오와 폭언, 무시 등에도 긍정성을 유지하며 운동하는 원천은 풀뿌리 내에서의 관계망, 아래로부터 변화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박신연숙 활동가 님은 본인의 긍정성의 원천을 ‘거리두기’, ‘객관화하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는 오랜 활동 속에서 터득한 노하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으로 산다는  무엇인가 요즘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지렁이를 키우고 식물을 키워 6 반찬  5개는 내가 키운 것으로 만들어먹는 이런 노동이 나를 존재케하는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활동을 적당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박신연숙 –

[사진: 채은순(신나는 여성 자갈자갈 활동가)]

 욕구를 좇아’, ‘ 마음이 동하는 대로 
3세대로 ‘호명’하였으나 활동 경력은 15년이 넘은 ‘신나는여성 자갈자갈’의 채은순 활동가 님의 이야기로 넘어가볼까요?! 실은 채은순 활동가 님은 ‘마을카페 또봄’(2015-2018)과 ‘신나는여성 자갈자갈’(2018-현재)을 통해 마을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모임’의 경력에 기반하여 3세대 활동가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대구녹색살림생협에서 활동을 시작으로, 지역색을 이기지 못해 서울로 올라와 강동구 아이쿱생협에서 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열정적으로 활동하셨다고 해요. 생협의 활동은 먹거리 중심인데 막상 본인은 밥 챙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내게 맞는 것’을 찾다 여성환경연대를 만나게 되셨답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환경?건강 교육활동을 하다 마을에서 공간을 만들어 8명의 여성들과 ‘마을카페 또봄’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커피를 내리며 마을여성들과 바느질, 글쓰기 등을 통해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스스로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이러한 발견들로 지금은 카페를 접고 ‘신나는 여성 자갈자갈’을 ‘신나게’ 꾸려나가고 계시고요. 처음 6명으로 시작하여 현재 4명이 조금씩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며 서로 맞추어가고 있다고 하고요. 이전의 활동 경험들 덕에 ‘뾰족한 사람’이던 자신이 관계 속에서 ‘사람’이 되었고, 좋아하는 사람들 덕분에 하나 씩 더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가부장적인 가족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한 결혼생활, 그리고 IMF로 육아휴직 상태였던 자리는 정리해고 0순위가 되었던… 그렇기에 여성주의를 만나야만 살 수 있었던 환경에서 ‘여성주의는 나를 살게 하고 자유롭게 했다’는 말씀이 더욱 절박하게 다가왔습니다.
채은순 활동가 님의 15년 풀뿌리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내공)이 있다면 그건 바로 스스로의 욕구를 끊임없이 찾고 확인하고, 의심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신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들을 만날  여성들이 어떤 요구가 있는지아니면 나랑 비슷한 지점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내가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개인과 진솔하게 만나면서 그들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내게  중요한 이슈이다

채은순

열린 인터뷰 형식의 진행과 질의응답을 끝으로 세 분의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앞뒤가 있거나 위아래가 있는  아니라옆으로 옆으로 이어지는 

진행을 이끌어주신 박내현 활동가 님은 행사의 시작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과연 ‘계보’가 무엇일까? 본인이 처음 지역활동을 시작할 때 대놓고 “어떤 근본 없는 여자가 와서 활동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요. 그 때 ‘근본?’ ‘뿌리?’ ‘계파?’ 라는 게 있나 의아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나를 우위에 두고 타인과 구별짓기 할 때, 배타성을 드러낼 때, 등장하는 것이 ‘계보’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여기 모인 우리가,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들이 말하는 ‘계보’는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할까?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앞뒤가 있거나 위아래가 있는  아니라옆으로 옆으로 이어지는 이라는 박내현 활동가님의 말씀처럼, 현장에서 누군가의 옆 사람이 되어 주고 계시는 모든 활동가들의 존재로 인해 ‘풀뿌리 여성주의 계보’는 옆으로 옆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활동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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